아칸호 숲 나이트 워크, 카무이루미나 | 아이누 문화 즐기는 특별한 밤

홋카이도에 가본 적이 있어도, 도동(道東) 지역까지 여행한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도동의 매력은 무엇보다 손대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서 길러진 풍부한 문화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칸마슈, 구시로습원, 시레토코라는 3개의 국립공원이 있으며, 이들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410km의 루트 ‘홋카이도 히가시 트레일’이 2024년 10월에 개통하면서, 웅장한 자연 경관과 다양한 생태계,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접하며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장거리 트레일처럼 걷는 여행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도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아트 체험형 어트랙션, 아칸 호숫가 숲 산책로를 무대로 한 ‘아칸의 숲 나이트워크 카무이루미나’(이하 카무이루미나)에 다녀온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이누 전승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자연 가득한 숲 속을 거닐며, 환상적인 빛과 소리, 영상 등 디지털 아트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이 나이트워크는 정말 특별한 밤이었습니다.

아칸호까지 이어지는, 버스 여행에서 만나는 그대로의 자연

(아칸호 선착장에는 겨울 전에 유람선을 육지로 끌어올리는 레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칸호로 가는 교통편은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구시로까지 간 뒤 버스나 렌터카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기대에 가득 차서 약 1시간 50분간의 쾌적한 버스 여행을 즐겼습니다.

구시로 시내를 벗어나면 풍경이 갑자기 목초지가 펼쳐진 시골 풍경으로 바뀌며, 차창 밖으로는 일본 최대의 습원인 구시로습원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원생림의 모습 등, 홋카이도의 웅대한 자연을 눈앞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장 전에 기본 정보를 확인해 두자!

(접수 장소인 ‘마리모노사토 선착장’에서는 아이누 마을을 지키는 부엉이가 반겨줍니다.)

버스의 종점인 ‘아칸호 버스 센터’에 도착. 여기서 ‘카무이루미나’ 접수 장소가 있는 ‘마리모노사토 선착장’까지는 도보 약 5분입니다. 그 전에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동했습니다.

접수처에는 당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부스도 있지만, 혼잡할 경우 원하는 시간에 입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날짜 지정된 사전 예매권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 게이트를 지나면 숲 속의 ‘보케 산책로’에서 나이트워크가 시작됩니다.)

‘카무이루미나’는 캐나다의 MOMENT FACTORY사가 전 세계 각지의 자연 환경과 고유 문화를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루미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국립공원에서의 나이트워크는 아칸호가 세계 최초의 시도입니다.

‘카무이루미나’는 일몰 후 30분부터 시작되며, 아칸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아이누의 서사시 ‘부엉이와 어치(フクロウとカケスの物語)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자연과의 공존을 중시하는 아이누의 세계관을 표현한 어트랙션입니다. 프로젝션 매핑과 환상적인 빛과 소리로 연출된 약 1.2km 길이의 숲 속 산책로를 50~60분간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접수장에는 아이누 사람들을 지키는 신(카무이)으로 여겨지는 코탄코로카무이(コタンコロカムイ)라 불리는 부엉이 작품이 전시되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해가 저물자, 자연과 아이누 문화, 디지털 아트가 융합된 ‘카무이루미나’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아이누 전승 이야기를 빛, 소리로 듣는 나이트워크

(접수처에서 받은 리듬스틱이 체험의 핵심 아이템입니다.)

‘카무이루미나’는 15분 간격으로 그룹별 입장하며, 8~9월에는 21시 30분까지 운영됩니다. 입장 10분 전까지는 모이도록 되어 있어 일찍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접수처에서는 티켓 확인과 함께 일방통행 코스라 되돌아갈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체험의 핵심 아이템인 빛나는 리듬스틱을 받았습니다.

리듬스틱은 아이누 전통 지팡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밤의 산책로를 비추는 빛이자 음악과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게이트를 지나 그룹과 함께 숲의 입구로 향했습니다.

그룹 단위로 들어가지만 숲 속에서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으며 앞뒤 그룹을 추월하거나 속도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단,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코스를 벗어나는 것은 금지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누 문화가 전하는 공존과 감사의 마음

‘카무이루미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아이누 사람들. 그러나 인간이 동물을 존중하지 않자 신(카무이)이 분노해 식량이 되는 동물들을 끊어버립니다.

아이누의 수호신인 부엉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카케스와 함께 카무이에게 간청하러 떠나지만, 카케스가 리듬을 놓쳐 소원이 전해지지 않아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게 됩니다…

숲 속 산책로에는 ‘수호신’, ‘도망가는 사슴’, ‘카무이의 세계’, ‘경고’ 등 8개의 존이 있으며, 각 존마다 리듬스틱이 빛과 소리로 반응해 이야기를 안내합니다. 빛나는 조명과 프로젝션 매핑으로 표현되는 환상적인 세계는 숲 속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마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듯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아칸 호숫가 숙소에서 즐기는 온천과 현지 식재료를 살린 요리

아칸호의 숙소들은 대부분 호숫가에 위치해 있으며, 객실이나 노천탕에서 호수와 아칸 연산(阿寒連山 홋카이도 동부 산맥), 그리고 웅대한 산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요리는 호수에서 잡히는 히메마스(ヒメマス 홍연어), 빙어 등 신선한 해산물과 사냥 고기, 아이누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어 특별합니다.

‘카무이루미나’를 즐긴 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현지 식재료로 만든 풍성한 요리를 맛보고, 온천에 몸을 담그며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의 도동 지역은 손대지 않은 자연과 고유한 아이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칸호 숲속에서 열리는 나이트워크 카무이루미나는 디지털 아트와 아이누 전승 이야기가 결합된 독창적인 체험으로, 밤의 숲을 환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최신 디지털 아트가 어우러진 카무이루미나는 단순한 야간 산책을 넘어, 아이누의 세계관과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한 번 참여해 보길 추천합니다.